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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보이스피싱의 등장?계좌묶기?통장협박?

김시한 변호사 2023. 1. 19. 12:11

오늘은 신종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고 있는 일명 '계좌묶기', '통장협박' 범행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피해를 보았다는 글들이 게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유형인데요.

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피해자(A)의 돈을 취득한다.
2. 피해자(A)의 돈 일부를 다른 피해자(B)의 계좌에 입금한다.
3. 피해자(B)의 계좌가 정지되면 피해자(B)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 방법이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 즉 신종보이스피싱 수법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종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1. 계좌정지 이유(=보이스피싱 의심거래계좌 정지)

먼저 위 사안에서 계좌가 정지된 이유를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바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때문입니다.

위 특별법에서는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거나 사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들을 두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글에서 보이스피싱의 최종 목적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바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해외 반출' 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설명드렸습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해외 송금을 막도록 하는 제도가 생긴 것입니다. 피해금을 묶어둔다면 피해 회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 지급 정지 사유(=자체점검 또는 피해자의 신청)

금융회사는 자체점검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거래계좌로 추정되는 이용자(명의자) 계좌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지연 또는 정지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 또는 피해구제 신청을 받은 금융기관의 지급정지 요청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즉시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금융회사는 보이스피싱 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급정지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나. 계좌명의인의 이의제기

계좌명의인은 지급정지 등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계좌명의인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거나 입금된 금원이 정당한 권원에 의해 취득한 것임을 소명하여야 합니다.

이의제기 방법은,
1.사기이용계좌가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정당한 권원과 관련된 자료 등)를 제출하고,
2. 명의인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한 후
3. 이의제기신청서를 작성하여 해당 금융기관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 증명자료 + 신분증 사본 + 이의제기신청서 제출

다. 지급정지의 종료

이의제기를 통해 사기이용계좌가 아님이 밝혀진 경우 또는 피해환급금 지급이 종료된 경우 등에는 지급정지가 종료됩니다. 계좌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2. 신종 보이스피싱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이 방법이 왜 신종보이스피싱으로 보이지 않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돈의 지배, 방법의 지배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돈을 취득하는 과정 전반을 스스로 관리하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마치 저금리 대출을 해줄 것처럼 거짓말을 하거나 수사기관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경우 등장하는 은행, 수사기관은 전부 가짜 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은행 직원인 것처럼, 수사관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지요. 범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원만이 등장합니다. 피해금도 보이스피싱이 직접 취득하고 관리하지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범죄조직이 실제 금융기관, 수사기관을 범행 과정에 끌어들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범행이 발각되어 범행이 실패하게 될 것이고, 조직원이 검거되거나 조직 자체가 발각될 수 있습니다. 실제 금융기관, 수사기관의 관리에 들어간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시 취득할 수도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취득한 돈을 대포통장 등을 이용하여 해외로 송금하면 되는데 굳이 제3자의 계좌에 입금하여 계좌가 정지됨으로써 돈이 피해자에게 다시 반환되도록 할 필요가 전혀 없지요.

둘째, 이미 범행에 성공해서 피해금을 취득하였는데 수사기관을 끌어들이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좌가 정지되고, 이의제기를 하고, 이후 정지가 종료되기 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이 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전체적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돈을 요구할 건더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법의 절차에 따라 그저 진행될 뿐이고, 실제 금융기관, 수사기관이 명의자에게 연락하여 공식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마치 본인들이 해결해줄 것처럼 돈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행 유형을 살펴보시면 아실 수 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을 요구하는 방법은 본인들이 마치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본인들이 마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하면서 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돈을 줄 이유가 없으니까요. 계좌정지와 해제 절차는 법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될 뿐이므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도 범죄자에 불과합니다. 수사기관을 피해 다니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굳이 수사기관이 진행하는 절차에 깊이 개입하여 정체를 드러낼 이유가 없습니다.

셋째, 피해 내용을 보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먼저 돈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게시된 피해글들을 보면 계좌가 정지된 이후 확인해보니 특정 아이디('HE942' 등)로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여 텔레그램등으로 위 아이디 사용자를 찾아내 피해자가 위 아이디 사용자에게 말을 걸었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랬더니 위 아이디 사용자가 놀리거나 성희롱을 하거나 돈을 요구하는 식으로 조롱했다는 내용이지요.

3. 발생 원인 추측

위 사건에서 'HE942'라는 이름으로 입금한 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맞을 겁니다. 입금된 돈도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맞기 때문에 계좌가 정지된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추측컨대,

①착오 송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거책을 통해 피해금을 직접 수거한 후 이 돈을 '대포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후 대포통장에서 해외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지요.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의심계좌로 발각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포통장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혹은 대포통장 사용자가 다른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거책은 ATM기에서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는 사람의 명의로 송금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송금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피해자의 계좌가 종전에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달된 계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됩니다.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지인이 피해자의 계좌정보를 종전에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저의 계좌를 사용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계좌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계좌정보(대포통장)를 판매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정보가 전달된 대표적인 유형들입니다.

③단순 재미 혹은 보복

단순 재미 혹은 보복 목적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문제된 사례들에서 입금된 액수를 보면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보기 어려운 소액입니다.

보이스피싱 의심거래계좌로 추정되면 계좌가 정지되고, 이를 해결할 때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만큼 부담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재미로 계좌명의인을 괴롭히기 위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을 한 적이 있는데 계좌명의인의 당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롭히기 위해 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좌명의인에게 보이스피싱을 시도하였는데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놀렸을 경우 앙심을 품고 보복을 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싸우는 과정에서 계좌 정보를 유출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피싱 연락을 받고 그들을 놀리는 과정에서 본인의 계좌정보를 노출시킨다면 이와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내 계좌 번호가 ***인데 여기에 돈이나 입금해라"라고 놀리는 경우)

4. 마무리 (지급정지 제도의 악용가능성)

신종보이스피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계좌가 정지된 사람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일 뿐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계좌가 정지되는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 보아야 하는 것은 맞지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법은 계좌 정지는 매우 쉽게 되도록 한 것에 비해 이의신청 방법은 매우 어렵게 만든 상황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에 매우 치중한 규정들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위와 같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본인들에게 안좋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괴롭히기 위해 범행을 저지를 경우 선량한 피해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요즘 이슈화 되는 문제들은 실제로 악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액이 소액인 경우, 입금 횟수 등을 종합하여 현행 절차보다 간이하게 계좌 정지가 종료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