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택시 안에서 발견한 다른 승객이 놓고 내린 지갑, 휴대전화와 같은 물건을 가져간 경우 어떻게 처벌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택시에 탑승했다가 휴대전화나 지갑을 놓고 내린 경험이 있으신 분들 많이 계실 겁니다.
반대로 택시에 탑승했다가 다른 승객이 놓고 내린 지갑, 휴대전화를 발견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건데요.
이때 운전기사에게 전달해주거나 그대로 물건을 놔두고 오는 것이 올바른 처사일 것이나 견물생심이라고 물건을 보고 욕심이 생겨 그대로 가지고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이때 어떤 범죄로 처벌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절도? 점유이탈물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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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가 성립하는지,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는지는 점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형법상 점유 개념은 중요합니다. 점유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인데요.
행위자(범죄자)를 기준으로 점유관계에 따라 자기 점유일 때는 횡령죄가, 타인 점유일 때는 절도죄가, 누구의 점유도 아닐 때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택시 안 다른 승객이 놓고 내린 물건을 가져간 경우에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도 타인의 점유를 인정할 것인지(절도죄), 아니면 누구의 점유도 아닌 것으로 볼지(점유이탈물횡령죄) 문제입니다.
택시 사례가 문제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한 대법원 판결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사례로 피씨방, 당구장에 대한 판례는 존재합니다.
또 교통수단 중 택시가 아닌 고속버스, 지하철에 대한 판례는 존재하는데요.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피씨방, 당구장의 경우에는 손님이 가게 안에 놓고 간 물건은 가게 관리자의 점유로 인정됩니다. 즉, 가게 관리자의 점유물이므로 이를 가져가면 타인 점유물을 가져간 것이어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피씨방의 경우>
피해자가 피씨방에 두고 간 핸드폰은 피씨방 관리자의 점유하에 있어서 제3자가 이를 취한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도9338호).
<당구장의 경우>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는 그 물건은 일응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가 아닌 제3자가 취거하는 것은 유실물횡령이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88도4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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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교통수단 중 고속버스, 지하철의 경우 판례는 재밌는 기준을 제시하는데요. 바로 고속버스 운전자 또는 지하철 승무원이 현실적으로 발견한 경우에는 고속버스 운전자 또는 지하철 승무원의 점유를 인정하고,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판례에 의하면 고속버스, 지하철의 관리자가 그 유실물을 발견한 후에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발견하기 전에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하철의 경우>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이나 선반 위에 있던 물건을 가지고 간 경우 지하철의 승무원은 유실물법상 전동차의 관수자로서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뿐 전동차 안에 있는 승객의 물건을 점유한다고 할 수 없고, 그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사이에 위와 같은 유실물을 발견하고 가져간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절도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대법원 99도3963호).
<고속버스의 경우>
고속버스 운전자는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사이에 다른 승객이 유실물을 발견하고 이를 가져갔다면 절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한다(대법원 92도3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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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시 돌아와서 택시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당구장의 판례를 대입해 택시기사가 곧바로 점유한다고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고속버스 판례를 대입해 택시기사가 현실적으로 발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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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답변이 제각각인 경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법률가는 당구장 판례에 따라 택시기사의 점유가 인정되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어떤 법률가는 고속버스 판례에 따라 택시기사가 현실적으로 발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인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정답은 없으므로 보면 대법원이 당구장, 피씨방과 고속버스, 지하철을 달리 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편하게 생각해보죠. 우리만의 분석인 것이죠.
사실 당구장, 피씨방과 고속버스, 지하철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교통수단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장소의 크기 차이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점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관리자가 배타적으로 지배하느냐가 본질적 차이로 보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피씨방, 당구장 같은 개인 사업장은 그 사장이 계속 배타적으로 관리, 지배하는 영역입니다. 사장이 마치 개인의 집과 같이 계속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이지요.
그런데 이와 달리 고속버스, 지하철의 경우 그 관리자는 회사에 속한 노동자입니다. 고속버스 운전자는 교대근무를 하며 그 고속버스를 잠시 운전할 뿐입니다. 지하철 관리자도 근로자로서 잠시 그 지하철을 관리할 뿐이어서 피씨방 사장과 같이 지하철을 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입니다.
이처럼 대법원이 피씨방, 당구장과 고속버스, 지하철을 달리 본 본질적인 이유를 '관리자가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신분인지'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택시 사례에 대입하면 오히려 이렇게 보는 것이 논리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개인택시라면, 당구장, 피씨방과 같이 택시 운전기사가 곧바로 점유를 한다고 보아 절도죄를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법인택시라면, 고속버스, 지하철과 같이 택시 운전기사가 현실적으로 발견하였는지에 따라 절도죄인지 점유이탈물횡령인지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상 절도죄냐 점유이탈물횡령죄냐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큰 쟁점이 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인데, 택시 안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 경우에 대한 처벌(선고형)은 사실 절도죄로 처벌하거나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거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으로 처벌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정리하겠습니다.
택시 안 다른 승객이 놓고 내린 물건을 가져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 견해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택시기사가 현실적으로 발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대법원의 논리구조에 따르면 개인택시이냐 법인택시이냐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다만, 실무상 처벌의 차이가 거의 없어 절도죄냐 점유이탈횡령죄냐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굳이 문제 삼을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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